안녕하세요? 은하수입니다.
봄이 오는 것 같다가도 춥고, 햇살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람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주는 요즘 날씨입니다.
날씨만 보면 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요즘 시장에 가면 확실히 봄이구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을 나고 나면 우리 몸에 비타민이 부족해서 봄이면 꼭 춘곤증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는데, 저 역시 봄이 되면 다 죽어 가는 병아리마냥 꼬박꼬박 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우리네 봄나물에는 그리도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나 보다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거 알고 그리도 다양한 봄나물이 있나 보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예전 어릴 때는 엄마가 해 주시는 반찬이 나물반찬, 고기반찬, 찌게, 국 등으로 간단히 분류되었는데, 막상 주부가 되고, 식구들 뭐먹일까 시장에서는 무슨 식재료 사야 맛있게 반찬을 만들까 고민하다 보니 그리도 많은 음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물반찬도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올라올 때는 왜 이렇게 자주 나물반찬이 올라오냐고 투정도 부리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마가 정말 부지런히 식구들 챙겨주셨던 거구나 싶습니다.
요즘 서양에서 자라는 그리도 많은 허브들에 대해 매스컴에서도 떠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한국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맛과 향을 가진 나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채나물은 어른들이 보통 하루나라고 부르시는 그 나물인데, 아마 드셔 보시면 어린 열무와 같은 느낌의 맛인데, 식감은 봄동보다는 좀 더 부드럽습니다. 맛이 아주 살짝 쌉쌀하지만 끝맛은 달큰한 야채라서 그대로 무쳐서 유채나물 겉절이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된장국으로도 살짝 데쳐서 무쳐 먹어도 참 좋습니다.
시장에서 유채나물 한 봉지에 천원하길래 얼른 집어와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유채나물을 어떻게 먹냐고 여쭤 봤더니, 하루나라고 부르시면서 겉절이로 양념많이 하지 않고 무쳐서 먹으면 너무 맛있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시집간 딸이 이런 나물 요리를 한다고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신가 봅니다.
엄마말씀대로 굵은 소금을 뿌려서 살짝 숨만 죽여서 그대로 무쳐내면 유채나물 겉절이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처음 한 거라 소금의 양을 잘 못 맞춰서 숨이 거의 죽지 않았지만, 그대로 무쳤습니다.
소금에 살짝 숨을 죽이고 찬 물에 헹궈서 무쳐내는 것이 유채나물 겉절이의 방법입니다.
하루나에 다진마늘 1큰숟가락과 파 한뿌리 쫑쫑 썬 것을 올려 주고 양념넣어 무쳐 주면 됩니다.
멸치액젓 2큰숟가락, 소금 반숟가락, 고춧가루 3큰숟가락을 넣고 하루나가 으깨지지 않도록 살짝 살짝만 집었다 놨다 몇번을 뒤집어 주다 보면 이게 무쳐지는건가 싶다가도 어느새 간이 유채나물에 골고루 베입니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서 한 번만 뒤집어서 상에 그대로 내놓으면 온 식탁에 향긋한 봄이 온게 느껴집니다. 참기름은 조금만 넣어 주시는게 훨씬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이렇게 금방 무치자마자 집어먹는 유채나물무침은 정말 꿀맛입니다.
이렇게 나물이 달큰한지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이렇게 금새 무친 고소한 향 나는 유채나물 겉절이를 보니 엄마가 겉절이할 때마다 손으로 따뜻한 밥 넣고 쓱쓱 비벼서 손으로 한 입 앙 먹여 주시던 그 때가 불현듯 생각나서 저도 양푼이에 비벼 먹어 보았습니다.
따뜻한 밥에 금방 무친 유채나물 겉절이 잘라서 넣고, 초고추장 한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 넣고 비닐장갑끼고 비벼서 먹었는데, 어릴 때 생각이, 그때의 그 장면이, 그 맛이, 그 향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천원짜리 한 봉지로 옛생각 떠올리고, 밑반찬 한 통 만들어 두고, 행복한 봄입니다.
이상, 은하수의 유채나물 겉절이 만드는 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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